코엑스 웨딩박람회 관람전 체크포인트
가랑비가 스며드는 아침이었다. 우산을 챙겼어야 했는데… 집을 나서다 말고 한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발걸음은 묘하게 가벼웠다. 결혼 준비라는 게 사실 아직은 낯설고 두렵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듯 일기장에 적듯, 오늘도 나는 경험을 덜컥 끌어안고 길 위에 섰다. 하필 코엑스까지 지하철 두 번 갈아타야 하는데, 기차놀이처럼 설레는 마음이 먼저 앞서버렸달까. 괜히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늦으면 어때, 신부 예약도 아니잖아?” 중얼거렸다.
삼성역 5번 출구, 익숙한 지하공기가 훅— 스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갑자기 허기가 몰려와 ‘집에서 빵이라도 챙겨올걸…’ 하는 작은 후회가 퍼덕거렸다. 하지만 전시장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마음 한켠이 짜릿했다. 커피 향과 드레스 스팟 조명이 뒤섞여, 평소보다 코끝이 더 예민해지는 느낌.
장점, 그리고 내가 주워 든 활용 꿀팁
1. ‘우산 빗물’ 핑계가 만든 느긋한 동선
사람들은 비 오는 날 관람객이 줄어든다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나에겐 천천히 스캔할 수 있는 호사가 됐다. 전시장 통로가 한산하니 드레스 레일마다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스냅 사진 업체 부스에서 줄을 서지 않았다. “하객용 촬영 콘셉트도 가능해요?” 같은 엉뚱한 질문을 던져도 스태프들이 여유롭게 웃어주더라.
2. 상담 전 ‘마음 맵’ 그리기
전날 밤, 잠 안 오는 김에 A4 용지에 동그라미 네 개를 그렸다. 드레스·스냅·예식장·한복. 그리고 ‘궁금한 것, 비교 포인트, 절대 포기 못 하는 조건’ 같은 걸 적었다. 막상 부스 앞에 서니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졌는데, 주머니 속 쪽지를 꺼내자 천군만마 같은 기분! 덕분에 “식장 최소 보증인원이요? 200명은 부담스러워요.”라는 말을 부끄러움 없이 꺼낼 수 있었다.
3. 이벤트 경품—당첨이 전부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SNS 팔로우 이벤트에만 몰두하다가, 정작 가격 비교를 지나칠 뻔했다. 그래서 중간에 ‘이벤트 존→가격표 붙어 있는 실속 존’으로 동선을 틀었다. 가끔은 종이백 대신 견적서 한 장이 더 묵직하단 걸 그제야 깨달았다 😊
4. 현장 결제? 잠깐! 스스로에게 던진 세 가지 질문
카드 단말기가 눈앞에 다가올 때면 심장이 두근, 손바닥에 땀이 난다. 나는 스스로에게 꼭 묻는다.
① “오늘 밤, 집에 가서 다시 봐도 이 조건이 좋을까?”
② “친구가 같은 계약서 들고 왔다면, 나도 추천할 수 있을까?”
③ “할인 폭에 혹해서 결정하려는 건 아닐까?”
세 번 중 한 번이라도 ‘음…’ 하고 망설여지면, 그냥 명함만 받고 돌아섰다. 의외로 스태프들도 “잘 고민해보세요”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단점, 솔직히 말하면 이런 순간도 있었다
1. 공간의 거대한 기세에 ‘쪼그라든’ 나
코엑스홀 특유의 높다란 천장, 반짝이는 스포트라이트. 들어서는 순간, 괜히 내가 작은 실험쥐처럼 느껴졌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선택 마비를 불렀달까. 발걸음이 엇박으로 꼬여서, 한 부스 앞 전시대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었다. “앗!” 비명 대신 ‘허허…’ 웃음이 새어 나왔다.
2. ‘선착순 한정’ 마케팅의 달콤 씁쓸함
“지금 계약하시면 드레스 두 벌 업그레이드!”
귀가 솔깃했지만, 속으론 “선착순이 이렇게 많을 리가…” 하고 의심이 생겼다. 전시장 곳곳에 울리는 고압적인 확성기 멘트가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 것도 사실. 결국 잠시 휴게 공간으로 도망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카페인 덕에 이성의 끈을 다시 붙잡았달까.
3. 동행자의 피로도
약속 시간에 맞춰 온 예비 신랑, 초반엔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줬다. 세 시간쯤 지나니 얼굴이 급격히 말라가더라. 분명 같이 준비하는 건데, 어느새 ‘따분한 쇼핑 파트너’가 된 듯해 미안해졌다. 그래서 “당 충전!”을 외치며 베이커리 코너로 끌고 가 작은 마들렌을 사줬다. 그제야 얼굴에 다시 핏기가 돌았다.
FAQ, 내 방구석에서 떠올린 질문과 답
Q. 입장료가 부담된다면, 무료 초청장은 어떻게 구해요?
A. SNS 공식 계정이 자주 배포해요. 나도 전날 밤 급하게 DM을 보내 받아냈죠. 다만 출력이 필요하길래 새벽 1시에 프린터 잉크가 똑 떨어져… 편의점에서 출력했습니다. 하하, 400원 추가 지출.
Q. 드레스 피팅은 무조건 현장 예약해야 하나요?
A. 꼭 그렇진 않아요. 부스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찜’만 해두고, 일주일 내 방문 예약 조건으로 양해받을 수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했고, 덕분에 주말 피팅 전쟁을 피했죠.
Q. 예복·턱시도 부스도 있나요? 신랑이 심심해하던데…
A. 있어요! 다만 규모가 드레스보다 작아서 눈에 띄지 않을 뿐. 지도 리플릿에서 ‘매너스윗 존’ 찾으면 됩니다. 신랑이 거기서 벨벳 재킷을 시착했는데, 거울 앞에서 꽤 뿌듯해하더라고요.
Q. 사람이 많을 때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회전하죠?
A. ‘ㄷ자’ 혹은 ‘S자’ 동선보다 ‘지그재그’가 좋아요. 통로 막힘을 덜 겪거든요. 실제로 어깨가 닿아 짜증나기 직전에 한 칸 비켜 지그재그 걸으니 스트레스가 훅 줄었답니다.
Q. 그래도 결정장애가 심해요. 마지막 조언?
A. “첫 느낌”을 적어두세요. 집에 돌아와 복기할 때, 견적서 숫자보다 내 글씨에 묻은 온도가 도움 됩니다. 나는 ‘반짝반짝!’ ‘시끌시끌…’ 같은 감탄사까지 써놨고, 결국 ‘잔잔히 좋다’라고 적었던 식장을 택했어요.
이렇게 비와 함께, 웃고 서툴고 설레며 하루를 보냈다. 혹시 당신도 나처럼 준비 여정이 두근반 걱정반일까? 그렇다면 코엑스 웨딩박람회 현장을 한 번쯤 걸어보길 권한다. 결국 결혼 준비란, 내 발로 직접 걸어본 ‘길의 촉감’을 통해서야 비로소 방향이 보이니까. 내일 아침이면 또 다른 고민이 밀려오겠지만, 오늘의 발바닥은 꽤 단단해졌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